Interview to Remo Lucchi(GFK)-Make something "WOW" and continue to create

My article about the interview to Ex President of GFK Italia Remo Lucci was printed this Sunday on JoongAng Sunday. To read the original article click here

[인터뷰 ] GFK 이탈리아 레모 루끼(Remo Lucchi) 명예회장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20년 동안 이탈리아 경제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반 세기 이상 유지되던 회사들이 부도를 내고 프랑스나 중국, 중동의 회사에 도매가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회사 숫자는 줄었고 실업률은 높아졌다(2014년 3월 12.6%, 25세 이하 젊은층 실업률 52.9%). 이탈리아 사람들은 글로벌화와 유로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탈리아 GFK의 명예회장 레모 루끼(Remo Lucchi)는 부실한 조직력과 응집력이 진짜 원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밀라노GFK 레모 루끼 명예회장과 만나 21세기 대중의 변화와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대중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 일어나는 사회현상을 이해한다는 것과 상응한다. 대중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우리의 숙제는 대중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걸 제안하는 것이다. 휴대폰은 대중이 필요로 해서 생겨난 게 아니다. 아니, 아무도 이런 기술이나 제품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바일기기 제조업체들은 대중을 연구하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연구한 후 '우리가 무선 전화기를 발명한다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선전화기를 발명했다. 대중은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무엇을 원하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지만 기업이나 정부는 대중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즉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 "

-이탈리아의 경기불황의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벌화 후 아시아 등에서 만든 값싸고 효율적인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탈리아 회사들은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로마제국 이후 이탈리아는 지리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사실상 여러 군소 도시국가로 이뤄져 있었고 항상 외국인에게 지배당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배자를 항상 적이나 착취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의 조직력에 반항하며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조직을 신뢰하지 않는 대신 각자 가진 작은 재주를 사용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렇게 수백년이 흐르면서 뛰어난 기술력은 갖게 됐다. 개개인의 창조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지만 제대로 된 조직력을 찾아보긴 힘들다. 로마제국 멸망 후 1500년동안 이탈리아는 조직화된 적이 없었다. "

-창작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 아닌가.

"우리 삶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가로축을 조직능력, 세로축을 재료(여러가지 능력)로 설정해 보자. 최상의 조직력과 최상의 재료가 만나면 최고의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좋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조직력 때문에 완벽한 것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응집력이다. 정부부터 화합하는 법을 모른다. 독일은 이탈리아보다 능력은 떨어지지만 강한 조직결속력 덕분에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 이탈리아인 개개인은 천재일지 몰라도 서로 싸우기만 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축구 경기를 생각해보라. 아무리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도 서로 자기만 골을 넣으려 들면 이길 수 없다. 이게 이탈리아다. "

-능력이 부족해도 강한 조직력 안에 있다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톱니바퀴 이가 제대로 맞춰져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하나가 툭 튀어나와 제대로 돌지 못하면 실패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응집력이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단합된 힘이 나라를 잘 굴러가게 한다. "

-과거에는 응집력이 모자라도 잘 굴러가지 않았나.

"2차 세계대전 후 400만개의 크고 작은 회사가 생겼다. 대부분 창립자가 직원 5~6명을 둔 가족회사인데 자금이 넉넉치 못하기 때문에 경영방식이 매우 소극적이다. 경쟁자가 없다면 자신의 구역에서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조직력이 뛰어난 외국 경쟁자가 비슷한 품질에 더 싼 제품을 갖고오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이탈리아 가족기업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경쟁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려면 그걸 만들 수 있는 제작방식을 도입해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해야 한다. "

-자본 없는 소규모 회사가 어떻게 혁신적 기술을 도입할 수 있나.

"정부가 작은 회사들을 융합시켜 더 큰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조합을 만들거나 합병 등의 형태로 뭉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5~6명이 일하는 400만개 중소기업 종사자는 2500만명이다. 이들이 직장을 잃고 있다. 이들을 살릴 방법은 바로 응집력이다. 19세기 말 미국에는 작은 정유회사가 사방에 생겨났다. 이들이 뭉쳐서 생긴 게 에소(Esso)다. 각 회사들은 주주가 됐고 회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단결과 융합의 결과다. "

-결국 회사 숫자는 줄이고 규모를 키우라는 얘기인가.

"그렇다. 400만개가 아니라 4000개라면 각 회사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회사들이 저마다 리서치를 하기보다는 하나의 큰 회사가 하나의 리서치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

-하지만 이탈리아의 힘은 가족 규모의 작은 회사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글로벌화 시작 후 힘을 잃고 있다. 회사 경영에는 창조능력과 조직력이 필수다. 조직력 없이 창조력만 있다면 경쟁사에서 그걸 복제할 수 있다. 복제를 못하게 하는 방법은 창작력과 기술의 접합이다. 남이 베끼지 못하도록 계속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 이상 대중은 비슷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입한다. 즉 기술력이든 생산이든 지속적 투자가 없다면 회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분명 창조적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복제가 불가능한 신상품 개발이 중요하다. "

-공식석상에서 대중이 변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서구적 인간의 삶은 계단형으로 성장한다. 그래프로 그리면 X축을 소유욕으로, Y축을 존재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중은 한 동안 소유(양)에 열중한다(X 축 이동). 어느 순간 만족할 정도로 갖게 되면 소비와 상관 없는 의미가 있는 어떤 것-연극·공연 감상, 여행, 문화생활 등- 즉 삶의 질에 집중하기 시작한다(Y축 이동). 갖고 싶은 것이 충족됐기 때문에 감동과 경험을 위한 문화적 소비로 옮겨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시 종류가 다른 양적 소비로 돌아오는 식으로 이 행동은 반복된다. 시소와 같다고나 할까. 이것이 성숙한 서구사회의 성장 그래프다. 다만 갑자기 부를 축적한 나라에서 서구적 삶의 형태를 받아들일 때는 아직 갖고싶은 게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적 소비(Y축)보다 양적 소유를 위한 소비(X축)가 많이 이뤄진다. "

-그렇다면 무엇이 대중을 성숙하게 하는가.

"교육이다. 우리 세대만 해도 의무교육은 초등학교에서 끝났다. 아이들도 집안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대전 후 굳이 아이들 교육을 멈추면서 일을 시킬 필요가 없어졌기에 이제 20세까지 공부만 하게 된 거다. 대중이 무식하면 정치나 기업 등 사회 현상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없어 스스로를 낮춘다. 지난 수천년 동안 공급은 상위, 대중은 하위의 수직적 관계가 가능했던 이유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이후 교육받고 사회를 이해하면서 대중은 '개인'이 됐다. 이를 '세계의 세속화'라고 한다. 세속화란 믿음을 잃는 것 아닌가. 맹목적 신뢰로 제품을 구입하던 고객은 사라졌다. 공급자와 대중이 수평 관계를 유지하게 됐고, 공급자는 믿음을 강요하는 대신 설득하는 입장이 됐다.

모두가 농부였던 시절만 해도 문화적 상승곡선은 완만한 수평선이었고 공급(시장·사회)이 수요(대중)를 지배했다(위에서 내려오는 화살표로 표시할 수 있는 1.0시대). 그런데 수요가 늘면서 관계는 수평적으로 변했다(좌우로 오가는 화살표로 표시할 수 있는 2.0 시대). 수요가 공급에게 윤리·배려·정직·존경, 그리고 장기적이고 안정적 일자리를 요구하는 평등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시 말해 수직적 공급형태가 사라지면서 공급은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 존재할 뿐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3.0 시대가 등장한다. 1.0시대와 180도 다른 시대, 즉 공급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의 것을 보여줘야 하며 심지어 미처 기대하지도 못한 '와우!'하고 탄성지를만한 걸 제공해야 하는 시대다.

미국의 한 자동차보험사를 예로 들어보자. 고객조사를 통해 많은 젊은이가 외국에서 군복무 중이라는 걸 발견하고는 고객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보험금을 돌려줬다. 그 해 보험사 이윤은 약간 줄었지만 입소문 등을 통해 다음 해 보험사는 70% 성장했다. "

-예전에는 뭉뚱그려 '하나의 것'으로 취급되던 대중이 각각의 생각을 가진 개인이 되면 사회에 위협적이지 않은가.

"중요한 질문이다. 수평화는 사회질서에 심각한 위협으로, 예기치 못한 현상을 발생시킨다. 공급과 수요가 수평관계가 되면서 공급이 힘을 잃었다. 미국 작가 모이세 나임(Moises Naim)은 『권력의 종말(The End of Power』에서 이미 이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강요된 수직적 관계를 부정하고 싸움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얻고자 한다. 젊은이들은 자신을 국가라는 기업의 주주라 생각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고용원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과제는 수평화된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두 동업자지 주종의 관계가 아니다. 개개인이 똑똑하면 이들에게 뭔가 요구하기 힘들어진다. 이들을 응집하는 방법은 아래서 시작해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같은 축구팀을 응원하는 팬처럼 공통점을 찾으면 단합할 것이다. "

-대중의 소비형태는 어떻게 변할까.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의미있는 소비가 이뤄질 것이다. 의미있는 것, 감동을 주는 것, 전통과 문화 등등. 식탁에 놓여진 음식이 유기농인지 국산인지 따질 것이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구찌·프라다 등이 유명세로 소비되지만 언젠가는 의미로 대중을 만족시킬 제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선 팔 수 있을지 몰라도 문화적 수준이 높은 밀라노나 파리에서 팔려면 의미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소유의 논리가 개인을 지배하면 아무리 많은 것을 구입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런데 존재의 논리로 옮겨가면 행복을 느끼기 훨씬 쉬워진다. 성숙할수록 더 자유를 느낀다. 남이 뭘 소유하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통신원

독일 뉘른베르그에 본사를 둔 GFK는 세계100개국에서 1만1000여명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시장조사기관 중 하나다. 이탈리아에는 600여명(밀라노에만 380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중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다.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모토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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