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ano Jewelry Week 2019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밀라노 주얼리 위크’가 진행되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시가 처음으로 주관한 주얼리 관련 행사다.
디자인과 가구,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밀라노 디자인 위크’, 혹은 ‘밀라노 패션 위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4월마다 열리는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디자이너와 건축가, 방문객 등 약 백만명의 유동인구가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와 전시를 방문하고 패션 위크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선택된 멋진 패션 모델이나 유명인사, 패션 블로거들이 눈에 띄는 화려하고 희한한 의상을 입고 패션쇼에 참여하거나 사진가들의 눈에 띄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두 행사는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의 업계 종사자들과 기자들에게 ‘머스트 비지트(Must Visit)’행사로 자리매김 했고, 밀라노를 세계 최고의 디자인 & 패션 도시로 만들었으며 모든 소셜 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업로딩되는 사진과 영상 덕분에 비즈니스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밀라노는 발렌자와 아레쪼, 비첸자와 함께 이탈리아의 주요 주얼리 도시로 여겨진다. 부첼라티와 뽀멜라또, 그리고 다미아니 등 ‘메이드 인 이태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본사와 공장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울의 종로처럼 보석 딜러,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도매업자, 주얼리 시계 수선공장, 보석 조각가와 세공사들이 모여있는 골목들이 중심가에 모여있고, 또한 아티스트들이 운영하는 아뜰리에 샵들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어서 패션과 동시에 주얼리 도시로 성장하기 충분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얼리관련 전시회는 여러번의 시도에도 장기적인 유치가 되지 않았고 HOMI 라는 홈웨어 박람회 기간에 함께 진행되는 액세서리-은주얼리 행사를 제외하면 밀라노에서 거행되는 주얼리 행사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금년에 새롭게 진행되는 밀라노 주얼리 위크 행사는 밀라노 시는 물론 종사자나 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밀라노 주얼리 위크 행사는 7년 전부터 전 세계의 주얼리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Artistar’행사를 기획한 프로데스 그룹(Gruppo Prodes)이 2019년 처음으로 밀라노 시와 함께 밀라노 주얼리 위크 행사를 진행했다.
두오모 성당이 있는 밀라노 중심가, 앤틱장과 밀라노 예술대학이 있는 브레라 구역 주변, 밀라노 명품길 주변 등 총 9개의 구역에서 행사가 진행되었고 아티스트들과 주얼리 관련 학교들은 ‘주얼리의 창조’, ‘아티스트의 밤’, ‘아티스트와의 만남’, ‘밀라노에서 모로코까지-보석의 여정’, ‘주얼리가 만든 역사’‘주얼리 비하인드 스토리’등 자신들의 공간에서 칵테일 제공과 함께 각종 주제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여 일반인들의 관심을 드높였다.
평소 주얼리 아뜰리에와 샵의 문턱이 높아 구매의사가 없으면 쉽게 들어가지 못했던 일반 소비자들도 이 나흘동안 만큼은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은 물론 아트 주얼리를 착용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전문가나 관련인들이 보면 아주 기초적인 제작 이벤트도 소비자들에겐 아주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같은 기간 네오클라식 양식의 보바라궁(Palazzo Bovara)에서함께 진행된‘아르티스타 주얼스 2019년 가을 에디션’에서는 전세계에서 참가한 작가들의 유니크 제품부터 두려움 없는 쇼킹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떤 실험작품들은 주얼리라기 보다는 착용 가능한 조각품이나 장식품으로 보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이런 작품들은 컬렉터, 혹은 대담한 패션감각이 있는 사람들만이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어려운 작품들이었는데 작가의 작업시간과 창의력을 제외하면 사용한 재료의 가치는 거의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시장을 방문하며 긍정적인 놀라움만 느꼈다면 좋았겠지만 필자가 외국인이고 고급스러운 주얼리를 착용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어떤 작가는 한눈에 봐서 재료비용과 제작비가 뻔히 보이는 반지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려는 의도가 엿보여 씁쓸과 안타까움, 심지어 노여움마저 느껴졌다. 같은 가격이면 까르띠에나 티파니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고품질의 보석이 박힌 주얼리를 정직한 보석상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티스트 주얼리의 가격을 두고 소비자가 비판할 권리는 없다. 아티스트들은 작품의 가치를 재료보다는 그들의 명성, 혹은 작품성에 두기 때문에 자신들이 측정한 가격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이벤트 기간중 아르날도 뽀모도로나 데 키리코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생전에 작업한 작품들이 앤틱 주얼리샵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들 작품들은 소재가 굳이 금이 아니어도 5천만원에서 1억원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작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서 소비자가 소장, 혹은 투자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케팅과 자신의 명성을 올리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행사에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참여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동참한 다미아니도 비싼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때문인지 다른 작은 소매점만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런 행사는 이미 유명한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나 공방, 아티스트들의 홍보에 더 많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밀라노 주얼리 위크 2019에 관련된 더 많은 정보는 인터넷,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글: 김성희 주얼리 디자이너, 이탈리아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